말씀 묵상/설교

바울이 쉬지 않고 드린 기도

김익제 2026. 3. 23. 06:32

골로새서 1:9-14

9.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10.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

11.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

12. 우리로 하여금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의 부분을 얻기에 합당하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13.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14.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1.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워지는 기도

바울은 골로새 교회 소식을 '듣던 날부터'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아니하고'라는 표현은 골로새 성도들을 향한 바울의 기도가 한 번의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 안에서 이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바울이 쉬지 않고 구한 것의 내용이 주목할 만합니다. 건강이나 형편이 아니라,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라고 기도합니다. 여기서 '아는 것'에 해당하는 헬라어 에피그노시스(ἐπίγνωσις)는 깊이 체험하고 확신하는 앎을 뜻합니다. 바울이 구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인격적인 깨달음입니다.

 

'신령한 지혜와 총명'이라는 표현에서 '신령한'(πνευματικῇ)이라는 수식어도 중요합니다. 세상적인 지혜가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는 지혜를 가리킵니다. 잠언 기자는 이 지혜의 근원을 이렇게 말합니다.

 

잠언 2:6
"대저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심이며"

 

지혜는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야고보도 같은 원리를 권면합니다.

 

야고보서 1:5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바울이 에베소 교회를 위해 드린 기도에도 같은 구조가 나타납니다.

에베소서 1:1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바울이 반복적으로 구한 것은 결국 한 가지입니다.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워지는 것, 그래서 삶의 매 순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분별하고 결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오늘 우리에게도 가장 먼저 필요한 기도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2.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열매 맺는 삶

10절에서 바울의 기도는 '아는 것'에서 '행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라는 구절에서 '합당하게'(ἀξίως)는 '그 가치에 걸맞게'라는 뜻입니다.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도 같은 권면을 합니다.

 

에베소서 4:1
"그러므로 주 안에서 갇힌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여"

 

'합당하게 행한다'는 것은 완벽하게 행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부르심의 가치를 의식하며,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바울은 이 행함의 결과를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라고 말합니다. 열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맺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 원리를 분명하게 가르치셨습니다.

 

요한복음 15: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열매는 가지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에 붙어 있을 때 맺히는 것입니다. 골로새서 본문에서도 '열매를 맺게 하시며'라는 표현은 사역형으로, 열매 맺는 것의 궁극적인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나타냅니다.

 

이어서 바울은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라고 기도합니다. 9절에서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시작한 기도가, 10절에서는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는 것'으로 심화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에 합당하게 행할 때, 그 과정 자체가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길이 됩니다.

 

11절은 이 삶의 현실적인 측면을 다룹니다.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모든 능력으로 능하게 하시며 기쁨으로 모든 견딤과 오래 참음에 이르게 하시고.' 여기서 '견딤'(ὑπομονή)과 '오래 참음'(μακροθυμία)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견딤'은 어려운 상황을 버텨내는 인내를, '오래 참음'은 사람을 향한 인내를 가리킵니다. 바울이 기도한 것은 이 두 가지 인내에 모두 '기쁨으로' 이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의 영광의 힘을 따라'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3. 흑암에서 건져내신 감사의 근거

12절부터 바울의 기도는 간구에서 감사로 전환됩니다. '우리로 하여금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의 부분을 얻기에 합당하게 하신 아버지께 감사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여기서 '합당하게 하신'이라는 표현은 과거형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합당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미 합당하게 만들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기업에 참여할 자격은 우리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합니다.

 

13절은 이 은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펼칩니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건져내사'(ἐρρύσατο)는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해 내는 것을 뜻합니다. '옮기셨으니'(μετέστησεν)는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완전히 이동시킨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동사 모두 과거 시제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베드로도 같은 사실을 선포합니다.

 

베드로전서 2:9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골로새서의 '흑암에서 건져내사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와 같은 구조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둠을 빠져나온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건져내시고, 하나님이 옮기신 것입니다.

 

14절은 이 구원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합니다.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속량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 '속량'(ἀπολύτρωσις)은 값을 치르고 자유롭게 해주는 것을 뜻합니다. 에베소서는 이 속량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힙니다.

 

에베소서 1:7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의 속량의 대가입니다. 그리고 이 속량은 '그 아들 안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아들 안에서'라는 표현은 골로새서 전체의 핵심 주제인 그리스도의 충분성과 직결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이미 있습니다.

 

나누며

바울의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에서 시작하여, 합당한 행함과 열매를 거쳐, 흑암에서 건져내신 은혜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됩니다. 이 기도의 구조 안에는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아는 것이 행함으로, 행함이 감사로 이어지는 삶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근거는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흑암에서 건져내시고 아들의 나라로 옮기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를 위해 누군가가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면, 그것은 은혜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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