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설교

열매를 맺는 복음

김익제 2026. 3. 16. 02:51

골로새서 1:1-8

1.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과 형제 디모데는 

2. 골로새에 있는 성도들 곧 그리스도 안에서 신실한 형제들에게 편지하노니 우리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3.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 감사하노라

4.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의 믿음과 모든 성도에 대한 사랑을 들었음이요 

5.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 둔 소망으로 말미암음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

6.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

7. 이와 같이 우리와 함께 종 된 사랑하는 에바브라에게 너희가 배웠나니 그는 너희를 위한 그리스도의 신실한 일꾼이요 

8. 성령 안에서 너희 사랑을 우리에게 알린 자니라

 

1. 듣고 깨달은 날부터 자라는 복음

바울은 골로새 교회에 보내는 첫 인사에서 곧바로 복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가 감사하는 이유는 골로새 교인들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 때문인데(골 1:4-5), 이 세 가지 모두 복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울의 감사는 사람을 향한 칭찬이 아니라, 복음이 그들 안에서 일으킨 결과에 대한 감사입니다.

 

6절에서 바울은 이 복음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압축합니다.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 복음. 여기서 '열매를 맺다'(καρποφορέω)와 '자라다'(αὐξάνω)는 현재 분사형으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진행을 나타냅니다. 복음은 한 번 들으면 끝나는 정보가 아니라, 듣고 깨달은 그날부터 쉬지 않고 자라나는 생명입니다.

이 원리는 예수님의 비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마가복음 4:26-28
"26. 또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27. 그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어떻게 그리 되는지를 알지 못하느니라"
"28.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씨를 뿌린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하는 중에도 열매가 맺힙니다. 복음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바울도 같은 고백을 합니다.

 

고린도전서 3:6-7
"6.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7.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또한 바울은 이 복음이 골로새만의 것이 아니라 '온 천하에서' 동일하게 역사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복음은 특정 민족이나 문화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로마서에서 바울은 이 복음의 본질을 이렇게 선언합니다.

 

로마서 1:16
"16.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유대인에게도, 헬라인에게도, 골로새에서도, 온 천하 어디에서든 동일한 능력으로 열매를 맺는 복음입니다. 그리고 이 열매를 시작하신 이가 하나님이시기에, 그 일은 반드시 완성됩니다.

 

빌립보서 1:6
"6.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2. 사랑하는 동역자, 신실한 일꾼

골로새 교인들에게 이 복음을 직접 전한 사람은 바울이 아니었습니다. 7절에서 바울은 '우리와 함께 종이 된 사랑하는 에바브라'를 소개합니다. 바울이 에바브라를 부르는 호칭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하는'(ἀγαπητός) 동역자이며, '신실한'(πιστός) 일꾼이라는 것입니다.

 

에바브라는 골로새 출신으로, 바울에게 복음을 배운 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바울은 직접 골로새에 간 적이 없었지만, 에바브라를 통해 복음이 골로새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한 사람의 충성된 전달이 한 교회를 세운 것입니다.

8절은 에바브라가 한 일을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성령 안에서 너희 사랑을 우리에게 알린 자.' 에바브라는 복음을 전하고 떠난 것이 아니라, 전한 뒤에도 골로새 교인들의 믿음과 사랑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그것을 바울에게 보고했습니다.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돌보는 데까지 나아간 사역입니다.

 

골로새서 4장에서는 에바브라의 사역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골로새서 4:12-13
"12. 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너희에게서 온 에바브라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그가 항상 너희를 위하여 애써 기도하여 너희로 하나님의 모든 뜻 가운데서 완전하고 확신 있게 서기를 구하나니"
"13. 그가 너희와 라오디게아에 있는 자들과 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을 위하여 많이 수고하는 것을 내가 증언하노라"

 

'애써 기도하여'라는 표현의 헬라어(ἀγωνιζόμενος)는 '씨름하다', '격투하다'라는 뜻입니다. 에바브라의 기도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적 전투와 같은 강도로 골로새 교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기도의 내용도 주목할 만합니다. 형편이 나아지기를, 건강하기를 구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뜻 가운데서 완전하고 확신 있게 서기를' 구했습니다.

빌레몬서에서도 바울은 에바브라를 소개합니다.

빌레몬 1:23
"23.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와 함께 갇힌 에바브라가 네게 문안하고"

 

에바브라는 바울과 함께 갇혀 있었습니다. 복음을 위해 자유를 잃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함께한 사람입니다. 바울이 그를 '사랑하는 동역자'라고 부른 것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함께 고난을 나눈 사역의 동반자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표현입니다.

 

3. 우리도 누군가의 에바브라입니다

에바브라는 성경에서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 아닙니다. 골로새서와 빌레몬서에 이름이 나올 뿐, 그의 설교 내용도, 행적의 세부 사항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충성되게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 골로새 교회가 세워졌고, 그가 신실하게 보고했기 때문에 바울이 이 서신을 쓸 수 있었습니다. 복음의 열매는 이런 이름 없는 충성의 연쇄 위에서 맺힙니다.

 

바울은 이 원리를 디모데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디모데후서 2:2
"2.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바울에게서 디모데로, 디모데에게서 충성된 사람들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복음은 이렇게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며 열매를 맺어갑니다. 에바브라도 이 연쇄의 한 고리였습니다. 바울에게서 에바브라로, 에바브라에게서 골로새 교인들에게로.

바울은 이 동역의 관계를 '하나님의 동역자'라는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고린도전서 3:9
"9.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지만, 심는 사람과 물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에바브라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역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에게도 깊은 기쁨이 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2:19-20
"19.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의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
"20. 너희는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니라"

 

바울에게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면류관이었듯이, 에바브라에게 골로새 교인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복음의 동역은 단지 의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관계입니다. 우리 각자에게도 복음을 전해준 누군가가 있습니다. 부모일 수도, 교사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 역할을 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나누며

에바브라는 화려한 사도가 아니었습니다. 바울처럼 서신을 쓰지도, 베드로처럼 오순절에 설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받은 복음을 자기가 속한 곳에서 신실하게 전했고, 전한 사람들을 위해 씨름하듯 기도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충분했습니다.

온 천하에서 열매를 맺는 복음은, 에바브라와 같은 신실한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오늘도 자라고 있습니다.

'말씀 묵상 > 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자가의 피로 화목하게 되는 은혜  (0) 2026.03.31
바울이 쉬지 않고 드린 기도  (0) 2026.03.23
진실한 일꾼  (1) 2026.03.09
행복한 교회  (0) 2026.03.02
주께 칭찬받는 헌신  (0) 2026.02.23